제8장

나는 비웃듯이 웃었다.
“너? 김은성?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한때 내가 그렇게나 동경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좋아했을까?
이젠 쳐다보는 것조차 더럽게 느껴졌다.

“난 연기하는 거 아니야. 정말 착한 사람이거든.”
나는 교실 안을 훑어보다가 정채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채은, 나랑 같이 가자. 너는 좀비의 시선을 끌어줘야 해. 이 정도면 나, 꽤 착한 편이지?”

내가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정채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녀 말고는, 누가 죽든 살든 나와는 상관없다.
음식을 일부러 떨어뜨린 것도, 그녀를 데려가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다.

“채은아, 어서 나가!”
희망의 끈을 본 아이들은 그녀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배고픔 앞에서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해도, 그대로 믿을 뿐이었다.

정채은은 놀라 움찔했지만, 내가 부르자 용기를 내어 천천히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안 돼! 너희 둘이 도망치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한시란이 갑자기 소리쳤다. 누군가에게 채은을 막으라고 외쳤다.

김은성은 앞으로 나와 채은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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