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매점을 다녀와 새 음식들을 챙겼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교실로 향했다.
학교 건물은 숨죽인 듯 조용했다.
들려오는 소리는 좀비들의 낮고 거친 신음뿐이었다.
아직도 창문과 문이 멀쩡한 교실이 여럿 있었고, 안에는 다른 생존자들이 숨어 있었다.
좀비 떼가 몰려들지 않는 한, 이 방어선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식량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며칠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리 반 교실에 도착했을 때, 마침 창문이 열려 있었다.
한사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채은, 이번엔 네 차례야. 음식 구하러 나가. 괜히 버티지 마.”
“안 돼요! 전 지금까지 항상 언니 말 잘 들었잖아요! 왜 저한테 이러세요…”
정채은의 울음은 절규에 가까웠다.
“넌 그냥 정찰하는 거야. 괜찮으면 우리도 나갈게. 뭘 그리 겁내?”
김은성이 무심하게 말했다.
다른 애들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
전부 한사란의 졸개들.
하나같이 정채은을 몰아붙였다.
그녀는 창틀을 꽉 잡고 버텼다.
한사란이 손등을 내리쳤다.
“놓으라고! 다 같이 굶어 죽을 거야?!”
정채은은 계속 울기만 했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 처참했다.
그때 내가 나섰다.
“나 왔어.”
모두가 얼어붙었다.
정채은은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박선영…? 진짜… 너야…?”
한사란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경악했다.
“너… 좀비한테 물린 거 아니었어?!”
김은성과 반 아이들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교실 안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계단 굴러 떨어지면서 도망쳤지.
그 좀비들? 이빨이 썩어서 날 물지도 못하더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였지만, 그들에겐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한사란은 충격에서 깨어나자마자 내가 든 비닐봉지에 눈길을 고정했다.
“너 음식 가지고 온 거야? 당장 내놔!”
그녀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며 손을 뻗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나며 웃었다.
“급할 거 없지. 사람도 많고, 음식은 얼마 없거든. 줄 서야겠어.”
“줄? 무슨 줄이야! 당장 내놔! 나 없으면 너희 다 죽는 거 몰라?! 누가 이끌고 탈출할 건데?!”
김은성도 소리쳤다.
“박선영, 어서 음식 던져! 그럼 너도 들여보내 줄게! 안 그러면 바깥에서 죽게 될 거야!”
내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없이 나는 비닐봉지를 뒤로 던졌다.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