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나는 덜덜 떨고 있는 정채은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나왔다.
좀비들이 우리 곁을 미친 듯 지나쳐 교실로 쏟아져 들어갔다.

앞에는 시커먼 시체의 물결,
뒤에서는 처절한 비명 소리.

나는 모두가 저주하고 외면한 길을 걷는 역행자처럼 그 사이를 걸었다.

정채은은 끝내 기절했다.
나는 그녀를 업고 천천히 교학동을 떠났다.

멀리서 다시 뒤돌아보니, 3층 교실이 좀비 무리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다.
학교 내 좀비 대부분이 그 교실로 몰려들었고, 이제는 통조림처럼 꽉 차 버렸다.
다른 교실들도 결국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국, 교학동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

나는 말없이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정채은을 안전한 곳에 두고 학교 바깥으로 걸어 나왔다.

학교 대문은 열려 있었고, 바깥 도로에는 몇몇 흩어진 좀비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많은 곳에만 좀비도 몰려드는 법이다.

나는 학교 밖 강변 공터에 서서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가슴 속이 텅 빈 듯한 느낌.
아마 복수를 끝냈기 때문이겠지.
죽어야 할 자들은 다 죽었다.

교내에서는 점점 더 많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생존자들도 좀비에게 들킨 듯했다.
특히 교학동 쪽에서 가장 심했다.

나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가 풀고, 마지막으로 입을 열어 시체의 포효를 내뱉었다.

학교 안은 다시금 끓어올랐다.
수많은 좀비들이 울부짖으며 학교 밖으로 뛰쳐나왔다.

좀비들이 빠져나간 걸 확인한 나는 행정동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안에 방송실이 있었고, 아까 사람들이 나에게 피신하라고 했던 곳이다.

나는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몇 명의 선생님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좀비들이 밖으로 나갔어요. 지금이 기회니까 교내 방송으로 모두에게 알려서 교문 쪽을 막을 물건을 옮기게 하세요. 그러면 다들 안전해질 수 있어요.”

그들은 나를 알아봤지만 의아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중 눈매가 날카로운 여선생님이 말했다.
“정말 좀비들이 밖으로 나갔어요! 발전기만 작동시키면 방송도 가능하고, 전교 전력도 회복되고, 교문도 닫을 수 있어요!”

“그럼 얼른 하세요.” 나는 가볍게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저 아이는 누구지?”

다음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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