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한시란이 날 그렇게 오래 괴롭혔을 때… 너희는 진짜 몰랐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학생들의 표정엔 여전히 분노만 남아 있었다.
그들은 내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로… 죽어야 할 사람이 나야? 아니면 한시란이야?”
쉰 듯한, 하지만 깊은 울림이 담긴 목소리였다.
잠깐의 침묵 후—
한시란이 비웃듯 웃어버렸다.
“너 진짜 미쳤구나? 웃기지도 않아. 당연히 네가 죽어야지!”
“박선영, 너는 죽어야 해!” 김은성도 소리쳤다.
곧이어 교실 전체가 소리쳤다.
“죽어!”
“죽어!”
그러나 그 순간, 떨리는 목소리가 조용한 반항처럼 울려 퍼졌다.
“한시란이 죽어야 해!”
정채은이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외쳤다.
“둘 다 죽어버려!”
한시란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학생들도 함께 움직였다. 손이 뻗치고, 분노가 폭발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수년간 억눌렸던 분노와 원망을 터뜨리듯
마치 좀비 같은 괴성을 질렀다.
그건 단순한 포효가 아니었다.
그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한 소녀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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