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은?”
나는 방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식량도 절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정채은이 음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하러 간 걸까?
그 멍청한 성녀 같은 짓을 또 한 거야!
나는 급히 교실 쪽으로 뛰어갔다.
가는 길엔 좀비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학생 기숙사 쪽에서 포효 소리가 넘쳐났다.
분명 학생 기숙사의 방어선이 무너졌고, 누군가가 먹을 것을 찾으러 나와 좀비를 끌어들인 것이 분명했다.
정채은은 교학동 쪽 좀비가 적은 틈을 타 음식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하러 간 것이다.
교실에 도착해 귀를 기울이자,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안에서는 음식을 삼키는 소리가 가득했다.
정채은은 다정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달래고 있었다.
“천천히 드세요, 체하지 마세요.”
“역시 정채은은 다르다. 박선영 같은 괴물하고는 달라!”
학생들은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려다, 이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나는 금방 돌아올게요. 잠깐 제 자리에서 물건 좀 가져올게요.”
정채은은 물건을 가지러 간 듯했다.
곧 그녀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돌아왔고, 문을 열려 했다.
“저 이제 가요. 다들 몸조심하세요.”
“잠깐만!”
한시란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달려가 정채은의 팔을 붙잡았다.
“너 그냥 물건 가지러 온 거잖아. 진심으로 우리 도우러 온 거 아니지? 다시는 안 돌아올 거잖아, 맞지?”
한시란의 말에 사람들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김은성도 거들었다.
“정채은 그냥 못 보내. 묶어놓고 박선영 협박해서 음식 더 가져오게 해야 돼!”
“그래, 묶자!”
사람들의 반응은 순식간이었다.
정채은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닥쳐!”
한시란은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지금 들고 있는 거 내놔!”
정채은은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말했다.
“그건… 제 부모님 사진이에요. 세 년 전에 돌아가셨고, 계속 책상에 보관하고 있었어요…”
“내놔!”
한시란이 사진을 낚아채더니, 정채은이 되찾으려 하자 그대로 발로 차 넘어뜨렸다.
“묶어!”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나는 문 밖에서 모든 걸 똑똑히 들었다.
주먹을 꽉 쥔 채, 발을 들어 쾅! 소리와 함께 문을 걷어찼다.
문고리는 힘에 못 이겨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