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가져올게요… 나가게만 해 주세요.” 나는 겁먹은 척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넌 어떻게 좀비를 피한 건지만 말해.”
교장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교장을 유심히 살폈다. 여전히 정돈된 복장, 크고 위엄 있는 체구. 학교의 최고 책임자답게 보였다.
“교장 선생님, 제 이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는 찡그리며 말했다.
“박세영? 아니, 잘 모르겠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어떤 신고서에서 본 적 있을 수도 있어요.”
그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한서란은요? 들어보셨어요?”
이번엔 그의 표정이 확실히 변했다.
장현나는 비웃으며 말했다.
“한서란 아버지가 교장 친구인데, 모를 리가 있나?”
“그렇군요. 그래서 제가 당한 일을 신고해도 묵살당했던 거네요.”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교장의 얼굴빛이 변했다.
아마 정채연이 쓴 고발 편지를 이제야 떠올린 것 같았다.
이제야 내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기억해낸 것이다.
页面: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