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현아의 고함을 무시하고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던 정채은이 놀란 듯 뛰어나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선영, 방금 전에 담임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너한테 소리 지른 거야?”
장현아 목소리는 워낙 크니까, 학교에 있는 생존자 절반은 다 들었을 것이다.
“신경 쓰지 마. 우리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음식을 내려놓았다. 사실 나도 좀 배가 고팠다.
채은은 더 심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당연했다.
우리는 정신없이 먹었고, 드디어 사람다운 기분이 들었다.
배를 채운 후, 그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제야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배도 부르니 곧 깊이 잠들었다.
나는 조용히 방을 나섰고, 빈손으로 행정동으로 향했다.
잠시 후, 나는 행정동에 도착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선생들과 교직원들은 얼마나 많이 변이됐는지 알 수 없었다.
복도는 피와 시체, 뼈로 가득했고, 좀비들이 여기저기 배회하고 있었다.
나는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교장실 문 앞에 섰다.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명확했다.
아마 내 청각이 진화한 덕분일 것이다.
“박선영 그 쓰레기 같은 년, 진짜 죽어야 돼. 원래도 꼴찌나 하던 애가, 이젠 날 해치려고 들어? 내가 그냥 둘 것 같아?”
장현아의 독한 목소리가 벼락처럼 들렸다.
아직도 나를 욕하고 있었고, 위 사람들에게 고자질을 하는 중이었다.
“그 애가 음식을 가져왔고, 내가 본 바로는 좀비들이 그 애를 공격하지 않더라고. 무슨 수를 쓴 건지 몰라도, 결국 우린 그 애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교장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교장도 이미 며칠을 굶은 듯했다.
행정실에 음식이 많다는 건, 전부 장현아의 헛소리였던 것이다.
“마트 쪽을 계속 감시해. 박선영이 다시 나타나면 바로 부르자. 장현아는 나서지 마.”
다른 여자가 제안했다.
“맞아, 장현아는 이제 그만 좀 욕해. 일단은 박선영을 불러들이는 게 우선이야.”
조금 더 늙어 보이는 목소리가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