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란의 제안은 곧바로 교실 안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맞아, 누군가는 나가봐야 해. 오늘은 비명 소리도 많이 줄었잖아. 근처에 좀비 별로 없는 거 아냐?”
“학교 매점까지는 금방이야. 먹을 거 구해오는 건 쉬울 수도 있어!”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온몸이 떨렸다. 고열로 정신이 아득한 상태였다. 어떻게 밖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난 뛸 수 없어…”
“박선영, 너는 꼭 가야 해.” 한서란이 내 팔을 잡아 세웠다.
“넌 우리 반을 위해 해준 게 아무것도 없잖아. 소풍 땐 항상 꼴찌였고, 지금이라도 물이랑 음식 좀 구해 오면 처음으로 쓸모가 있는 거겠지.”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구석으로 기어들어갔다.
“누가 좀 도와줘!” 한서란이 소리쳤다.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두 명이 다가왔다. 평소 나를 괴롭히던 애들이라, 지금은 더더욱 가차 없었다.
“창문 하나만 조용히 열고 박선영을 내보내자.”
한서란이 지시했고, 내게 시선을 돌렸다.
“먹을 거만 잘 찾아오면 들여보내줄게. 네가 욕심낼 생각은 말고. 여기만큼 안전한 곳은 없으니까.”
“싫어! 안 나갈래!”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애들은 날 창가로 밀어붙였다.
몇몇 아이들은 시선을 피했고, 어떤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정채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장… 박선영 열이 너무 높아요. 거의 못 움직여요…”
“저건 움직일 수 있어. 그냥 게으른 거지. 보고 있으면 짜증 나니까.”
한서란이 비웃으며 남학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명이 커튼을 살짝 걷고 바깥을 살폈다. 그런 다음 조심스레 창문을 열었다.
겉보기에는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한서란은 나를 창가로 밀쳤고, 그녀의 심부름꾼들이 나를 들어 올려 밖으로 내던졌다.
내가 어떻게 애원하든, 그들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소리쳐 봐. 좀비들 다 불러들이게. 죽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
한서란이 소리치며 마지막 경고를 던졌다.
“먹을 거 못 찾아오면 다음은 정채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