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닐봉지에 약간의 음식을 담았다.
생수 한 병, 빵 하나, 그리고 닭다리 하나.
그게 전부였다. 더는 욕심부리지 않았다.
작은 과도로 쓰일 수 있는 과일칼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조심스럽게 봉지를 들고 교사동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길을 절반쯤 지난 순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박선영! 이리 와!”
나는 걸음을 멈췄다.
1층 화장실 앞에서 몇 명이 나를 보고 있었고, 그중 한 여자가 헝클어진 머리로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내 주먹이 자동으로 쥐어졌다.
장현나였다.
우리 반 담임이었다.
내가 괴롭힘을 당할 때, 수없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늘 ‘증거가 없다’며 외면했다.
귀찮다는 듯이 나를 꾸짖기도 했다.
뒤늦게 알게 된 건, 한서란의 집에서 그녀에게 수십만 원짜리 선물을 줬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가장 증오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녀는… 내 할머니를 죽게 만든 사람이다.
작년 스승의 날, 할머니는 정성껏 뜬 손뜨개 목도리를 나에게 건네며 담임에게 드리라고 했다.
나는 그대로 전달했다.
页面: 1 2